신세계, 이마트와 백화점 계열 분리 공식화… 독립적 성장의 길로 나서다

남학현 기자
2024-11-08


신세계그룹이 최근 공식적으로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을 계열 분리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신세계그룹은 (주)이마트와 (주)신세계로 나뉘어 각각 독립적으로 경영될 예정이다. 

2011년 이마트가 신세계에서 인적 분할되어 별도 법인으로 출범한 이후, 

두 기업은 독립적인 운영 체제를 구축해왔지만 이번 발표로 계열 분리는 명확히 공식화되었다.


그룹 관계자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모두 독자적 성장을 통해 보다 빠르게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분리 선언 직후 이틀 동안 이마트와 신세계의 주가는 소폭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번 분리가 장기적으로 그룹 전체 전략에 미칠 영향은 복잡한 양상을 띨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유통업계의 변화 속도와 트렌드를 고려할 때, 분리가 가져올 긍정적 측면과 더불어 여러 도전 과제가 예상된다.


프리미엄 이미지의 약화… 브랜드 가치에 미치는 영향

이번 계열 분리로 인한 가장 큰 우려는 신세계 브랜드와 이미지의 약화다. 

그중에서도 상표권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분리로 ‘신세계’ 상표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갖게 되는데, 

이마트와 스타필드 등의 자회사들이 ‘신세계’ 또는 ‘SSG’ 브랜드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가 필요하다.


그간 신세계백화점이 구축해 온 ‘럭셔리’ 이미지는 이마트의 SSG닷컴과 피코크와 같은 브랜드의 

프리미엄 전략에 큰 자산으로 작용해왔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중심 전략은 SSG닷컴의 온라인 시장 확장에도 강력한 차별화 포인트를 제공하며, 

쿠팡 등 대중 지향적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고유의 타깃층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신세계백화점과 자회사들이 SSG닷컴의 온라인 전략에 협조적인 역할을 하기 어려워지면서 

SSG닷컴의 프리미엄 이미지가 약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오프라인의 ‘몰링(Malling)’ 전략에도 불확실성 확대

오프라인 리테일의 큰 화두 중 하나는 종합적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하는 ‘몰링’ 전략이다.

신세계는 그간 스타필드를 통해 이 시장을 선도해 왔으며,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트레이더스와 같은 핵심 계열사들의 참여로 스타필드의 매력과 영향력을 극대화해왔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이 하나의 그룹으로 협력하면서 

스타필드는 쇼핑 이상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계열 분리로 인해 이러한 협력 구조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복합 쇼핑몰 사업의 경우 다양한 콘텐츠와 브랜드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며, 

고객에게 통합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간의 협력이 약화되면, 

스타필드와 같은 대규모 복합 쇼핑몰의 경쟁력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현재 롯데와 신세계만이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모두 보유하며 복합 쇼핑몰 전략을 펼쳐왔지만, 

이번 분리가 이러한 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오프라인은 협력, 온라인은 독립… 유통 전략의 변화 가능성

이번 계열 분리가 두 회사의 독립적 운영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두 회사 간 협력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명확하다. 

특히 오프라인에서는 대체할 수 없는 자원과 파트너십 때문에 두 회사가 협력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대형 쇼핑몰 운영에서 필요한 부지, 물류망, 

브랜드 파트너십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오랜 협력으로 구축된 것이며, 

단기간 내 대체하기 어렵다. 따라서 오프라인 사업에서는 당분간 두 회사가 협력 관계를 지속하며 

상호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신세계백화점은 온라인에서 굳이 SSG닷컴이나 G마켓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최근의 유통 흐름에서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대안적 플랫폼이 이미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백화점이 단순한 입점 업체로 기능할 수 있으며, 

그만큼 독립적인 운영의 자유도가 크다. 이번 분리 이후 

신세계백화점이 SSG닷컴과 같은 기존의 온라인 파트너십을 약화하고, 

독자적 온라인 채널을 강화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유다. 

이는 쓱데이나 신세계 유니버스 멤버십과 같은 통합적 프로모션에도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독립 경영의 기회와 도전 과제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는 독립적인 경영을 통해 보다 빠르고 유연하게 각자의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마트와 백화점을 종합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대신 각자의 버티컬 영역에 집중해 특화된 성장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신세계백화점은 프리미엄과 명품을 강화한 고급 전략에 집중하고, 

이마트는 효율적 물류망을 기반으로 한 대중 지향적 유통 전략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이는 각자의 시장 내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분리는 승계 작업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과거 신세계백화점이 삼성에서 독립해 성공적인 성장을 이룬 것처럼, 

이번에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향후 두 회사가 분리된 이후에도 긴밀한 협력을 통해 변화하는 시장에 어떻게 대응할지, 

이들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남학현 기자 info@dowaseum.org

[저작권자 ⓒ디지털트렌드코리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