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예능의 화제 중심에는 현재 흑백요리사가 있다. 셰프 개인의 서사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이 프로그램은 출연 셰프, 레스토랑, 관련 콘텐츠 전반에 걸쳐 강한 파급력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흐름의 또 다른 수혜자는 넷플릭스가 아닌 전혀 다른 채널에서 등장했다. 바로 냉장고를 부탁해다.

과거 쿡방 열풍의 상징이었던 냉장고를 부탁해는 흑백요리사 이후 다시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단순한 복귀나 추억 소환이 아니라, 이미 달아오른 관심 위에 올라탄 전략적 컴백에 가깝다. 화제의 중심을 직접 만들기보다, 이미 형성된 트래픽을 흡수하는 방향을 택했다는 점에서 선택은 매우 현실적이다.
현재 요리 예능에 대한 관심은 정점에 가깝고, 알고리즘은 과거 요리 콘텐츠를 끊임없이 재호출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신규 포맷을 새로 설계하는 대신, 검증된 IP를 다시 꺼내는 방식은 제작 리스크와 마케팅 비용을 동시에 줄이는 선택이 된다. 특히 스타 셰프가 출연해 제한된 시간 안에 요리를 완성하는 구조는, 흑백요리사에 등장했던 셰프들을 그대로 흡수하기에 최적화된 포맷이다.

이번 시즌의 냉장고를 부탁해가 흥미로운 지점은, 포맷은 유지하되 중심축을 미세하게 이동시켰다는 데 있다. 과거에는 게스트의 냉장고와 재료가 이야기의 출발점이었다면, 지금은 셰프 자체가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레시피보다 대결 과정, 결과보다 관계와 반응에 더 많은 시선을 둔다.
이 변화는 시청 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연예인의 사생활은 더 이상 희소하지 않고, 요리 콘텐츠 역시 유튜브와 숏폼을 통해 과잉 공급되고 있다. 직접 요리하는 문화보다 배달과 밀키트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요리 과정 그 자체보다는 ‘사람’과 ‘캐릭터’가 더 강력한 흡인력을 갖는다.
현재의 냉장고를 부탁해는 이 지점을 정확히 파고든다. 흑백요리사를 통해 이미 캐릭터가 형성된 셰프들을 대거 기용하고, 이들의 성격과 관계성을 적극적으로 편집해 서사를 만든다.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를 기다리기보다, 이미 검증된 밈과 이미지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셰프들은 단순한 출연자가 아니라, 반복 소비 가능한 콘텐츠 자산으로 기능한다.

이 전략은 방송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유튜브 클립과 캐릭터 중심 편집본을 통해 2차 확산이 이어지고, 방송을 보지 않은 시청자까지 다시 끌어들이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흑백요리사가 만든 관심의 파도를 직접 만들지는 않았지만, 그 파도 위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속도를 낸 배에 가깝다.
이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모든 브랜드와 콘텐츠가 트렌드의 시작점이 될 필요는 없다. 메가 트렌드가 형성됐을 때, 그 옆에서 낙수 효과를 흡수하는 ‘세컨드 무버’ 전략이 오히려 더 높은 효율을 만들 수 있다. 다만 그 전략이 작동하려면 조건이 따른다.
이미 쓸 수 있는 자산이 있어야 하고, 트렌드의 방향을 정확히 읽어야 하며,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는다는 말은 단순한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급하게 만든 뗏목보다, 이미 구조가 갖춰진 배가 더 멀리 나아간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귀환은 그 점을 가장 교과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상일 기자 info@dowa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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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예능의 화제 중심에는 현재 흑백요리사가 있다. 셰프 개인의 서사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이 프로그램은 출연 셰프, 레스토랑, 관련 콘텐츠 전반에 걸쳐 강한 파급력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흐름의 또 다른 수혜자는 넷플릭스가 아닌 전혀 다른 채널에서 등장했다. 바로 냉장고를 부탁해다.
과거 쿡방 열풍의 상징이었던 냉장고를 부탁해는 흑백요리사 이후 다시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단순한 복귀나 추억 소환이 아니라, 이미 달아오른 관심 위에 올라탄 전략적 컴백에 가깝다. 화제의 중심을 직접 만들기보다, 이미 형성된 트래픽을 흡수하는 방향을 택했다는 점에서 선택은 매우 현실적이다.
현재 요리 예능에 대한 관심은 정점에 가깝고, 알고리즘은 과거 요리 콘텐츠를 끊임없이 재호출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신규 포맷을 새로 설계하는 대신, 검증된 IP를 다시 꺼내는 방식은 제작 리스크와 마케팅 비용을 동시에 줄이는 선택이 된다. 특히 스타 셰프가 출연해 제한된 시간 안에 요리를 완성하는 구조는, 흑백요리사에 등장했던 셰프들을 그대로 흡수하기에 최적화된 포맷이다.
이번 시즌의 냉장고를 부탁해가 흥미로운 지점은, 포맷은 유지하되 중심축을 미세하게 이동시켰다는 데 있다. 과거에는 게스트의 냉장고와 재료가 이야기의 출발점이었다면, 지금은 셰프 자체가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레시피보다 대결 과정, 결과보다 관계와 반응에 더 많은 시선을 둔다.
이 변화는 시청 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연예인의 사생활은 더 이상 희소하지 않고, 요리 콘텐츠 역시 유튜브와 숏폼을 통해 과잉 공급되고 있다. 직접 요리하는 문화보다 배달과 밀키트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요리 과정 그 자체보다는 ‘사람’과 ‘캐릭터’가 더 강력한 흡인력을 갖는다.
현재의 냉장고를 부탁해는 이 지점을 정확히 파고든다. 흑백요리사를 통해 이미 캐릭터가 형성된 셰프들을 대거 기용하고, 이들의 성격과 관계성을 적극적으로 편집해 서사를 만든다.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를 기다리기보다, 이미 검증된 밈과 이미지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셰프들은 단순한 출연자가 아니라, 반복 소비 가능한 콘텐츠 자산으로 기능한다.
이 전략은 방송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유튜브 클립과 캐릭터 중심 편집본을 통해 2차 확산이 이어지고, 방송을 보지 않은 시청자까지 다시 끌어들이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흑백요리사가 만든 관심의 파도를 직접 만들지는 않았지만, 그 파도 위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속도를 낸 배에 가깝다.
이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모든 브랜드와 콘텐츠가 트렌드의 시작점이 될 필요는 없다. 메가 트렌드가 형성됐을 때, 그 옆에서 낙수 효과를 흡수하는 ‘세컨드 무버’ 전략이 오히려 더 높은 효율을 만들 수 있다. 다만 그 전략이 작동하려면 조건이 따른다.
이미 쓸 수 있는 자산이 있어야 하고, 트렌드의 방향을 정확히 읽어야 하며,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는다는 말은 단순한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급하게 만든 뗏목보다, 이미 구조가 갖춰진 배가 더 멀리 나아간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귀환은 그 점을 가장 교과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상일 기자 info@dowa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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