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만 팔아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 — 2026년 ‘초밀착 마케팅’ 트렌드 3가지

남학현 기자
202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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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케팅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광고는 스킵되고 콘텐츠는 과잉 공급되며,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들거나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고객의 관심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브랜드가 선택한 전략은 고객의 일상과 감정 속으로 깊이 스며드는 ‘초밀착 마케팅’이다.

초밀착 마케팅이란 고객의 일상 속 접점을 확대하고,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마케팅 방식이다. 제품을 판매하는 순간적인 거래를 넘어, 고객의 생활 속에서 브랜드 경험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마케팅 시장에서는 이러한 전략을 중심으로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으며, 특히 세 가지 흐름이 주목받고 있다.

첫 번째 트렌드는 ‘AI 페르소나’ 기반 마케팅이다.

최근 AI 서비스의 사용 패턴을 보면 단순한 정보 검색보다 캐릭터 기반 대화 서비스의 체류 시간이 더 높은 경우가 많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가장 오래 사용된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는 단순 정보형 챗봇이 아니라 캐릭터 기반 대화 서비스인 ‘제타(Zeta)’였다. 이는 소비자가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보다 감정적인 교류와 몰입 경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브랜드 마케팅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기업들은 단순히 제품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브랜드 캐릭터나 페르소나를 활용해 소비자와 지속적으로 대화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실제로 철강 기업 포스코는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과 협업해 젊은 세대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철강이라는 다소 딱딱한 산업도 캐릭터라는 친숙한 매개체를 활용하면 새로운 세대와 연결될 수 있다는 사례다.

앞으로는 AI 챗봇 역시 단순한 질문 응답 시스템이 아니라 브랜드 캐릭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와 관계를 형성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톡에서도 AI가 먼저 말을 거는 ‘선톡’ 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며, 이러한 변화는 브랜드가 고객과 접점을 만드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에 어떤 성격과 매력을 입혀 고객과 유대감을 형성하느냐이다.

두 번째 트렌드는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Retail Media Network)’의 확장이다.

최근 유통 플랫폼들은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강력한 광고 매체로 진화하고 있다. 이를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RMN)라고 부르며, 유통사가 보유한 온라인 쇼핑몰, 모바일 앱, 오프라인 매장 등을 광고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리테일 미디어가 강력한 이유는 유통사가 고객의 실제 구매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디지털 광고는 검색 키워드나 관심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타깃팅을 진행했다. 반면 유통 플랫폼은 고객이 어떤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는지, 언제 결제를 했는지, 어떤 제품을 반복적으로 구매하는지까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광고를 노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예를 들어 특정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은 고객에게 결제 직전 관련 상품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은 매우 높은 전환율을 만들어낼 수 있다.

글로벌 유통 기업들도 이미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월마트는 최근 광고 사업을 통해 연간 약 64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기존 유통 사업보다 훨씬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는 영역이다.

국내 유통 기업 역시 비슷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SSG닷컴은 입점 브랜드에게 세밀한 광고 성과 데이터를 제공하며 광고 사업 규모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에 디지털 광고판을 설치해 매장을 하나의 광고 매체로 활용하고 있으며, GS리테일은 편의점에 설치된 AI 카메라를 통해 연령과 성별에 맞춘 광고를 송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CJ올리브영 역시 1천만 명 이상의 회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온라인 앱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결한 O4O 광고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유통 플랫폼이 단순한 판매 채널을 넘어 광고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 번째 트렌드는 ‘팬덤 커머스’다.

최근 소비 시장에서는 브랜드를 단순히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좋아하고 지지하는 팬덤이 형성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브랜드 굿즈는 매우 중요한 마케팅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스포츠 구단, 애니메이션, 글로벌 캐릭터 IP 기반 상품을 모아 판매하는 ‘팬 스토어’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나 콘텐츠와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현재 무신사의 팬 스토어에는 다양한 스포츠 리그와 글로벌 콘텐츠 IP 기반 상품들이 모여 있으며, 수천 개 이상의 굿즈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는 팬덤 기반 소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팬 참여 시장은 2030년 약 209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정 브랜드나 콘텐츠에 대한 애착이 강한 소비자일수록 관련 굿즈를 구매하고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경향이 높다.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브랜드에 대한 소속감과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팬덤 커머스의 핵심은 브랜드를 하나의 문화로 만드는 것이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단순히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함께 생활하고 브랜드를 지지하는 경험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초밀착 마케팅 전략은 대형 플랫폼이나 글로벌 브랜드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반 기업이나 B2B 브랜드 역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브랜드 로고나 시그니처 컬러를 활용한 다이어리, 텀블러, 데스크 용품과 같은 실용적인 굿즈는 고객의 일상 속에서 브랜드 접점을 만들어 줄 수 있다.

특히 오프라인 행사나 전시회에서는 전단지나 브로슈어보다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 굿즈가 훨씬 강력한 마케팅 도구가 된다. 고객이 매일 사용하는 물건 속에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의 마케팅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경쟁이 아니라, 고객의 일상 속에서 브랜드 경험을 얼마나 깊게 만들어 내느냐의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AI 페르소나, 리테일 미디어, 팬덤 커머스와 같은 전략은 모두 고객과 브랜드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방법이다.

제품을 파는 것에서 끝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제 브랜드는 고객의 삶 속으로 들어가 관계를 만들고, 그 관계를 통해 지속적인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이 바로 2026년 마케팅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이자, ‘초밀착 마케팅’이 주목받는 이유다.


남학현 기자 info@dowa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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