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발레부터 하나 유니버스까지, 2026년에 광고가 콘텐츠가 되는 이유

이상일 기자
2026-04-29

최근 몇 년 사이 광고의 문법이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처럼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기능을 반복 설명하는 방식은 점점 힘을 잃고 있다. 대신 사람들은 “이거 광고야?”라고 묻기 전에 이미 감상하고, 공유하고, 댓글을 남긴다. 광고가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는 시대다.

대표적인 사례가 Google의 제미나이 캠페인이다. ‘Our Queen is Back’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영상은 김연아의 발레 도전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연아가 은퇴 12년 만에 발레 무대에 오르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담아냈다. 이 프로젝트를 연출한 곳은 돌고래유괴단이다. 이 제작사는 오래전부터 ‘광고처럼 보이지 않는 광고’를 만들어온 팀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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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에서 제미나이는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창작의 조력자로 자연스럽게 배치된다. 김연아의 동작을 교정하고, 의상을 재해석하고, 안무 구성을 돕는 장면을 통해 AI가 인간의 도전을 확장하는 도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람들은 AI 기능보다 김연아의 도전과 무대 위 감정에 반응했다. 댓글에는 “몸이 기억한다”, “도전 자체가 감동”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브랜드 메시지는 설명이 아니라 체험으로 전달됐다.

비슷한 흐름은 하나금융그룹의 ‘하나 유니버스’에서도 확인된다. 하나금융은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9분 분량의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연출은 배우 겸 감독 하정우가 맡았고, 출연진에는 G-DRAGON, 손흥민, 임영웅, 강호동, 안유진 등이 참여했다. 캐스팅 자체가 하나의 뉴스가 되었고, 예고편과 본편을 합쳐 수천만 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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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이 콘텐츠를 보고 난 뒤에도 “금융 상품이 뭐였지?”라는 질문은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이 은행은 재미있다”, “이 브랜드는 뭔가 다르다”는 감정이 축적된다. 이는 기능 중심 메시지로는 얻기 어려운 효과다. 특히 금융처럼 상품 차별화가 제한적인 업종에서는 감정적 연결이 곧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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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 

첫째, 광고 피로도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백 개의 광고 메시지가 쏟아지는 환경에서 노출만으로는 의미 있는 인식을 만들기 어렵다. 스킵 가능한 광고는 대부분 스킵된다. 반면 콘텐츠는 알고리즘을 타고 자발적으로 확산된다.

둘째, 감정이 구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 가격과 기능이 비슷한 시장에서는 결국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느냐”가 선택을 좌우한다. 감동적인 스토리, 좋아하는 셀럽과의 연결, 문화적 코드가 브랜드 자산으로 축적된다.

셋째, 콘텐츠 자체가 PR이 된다. 유명 감독과 셀럽이 참여한 영상은 자연스럽게 언론 보도로 이어지고, 그 자체가 또 다른 광고 효과를 만든다. 조회수와 화제성은 2차, 3차 콘텐츠를 생산하며 확산된다.

공통점도 분명하다. 이들 캠페인은 노골적으로 무언가를 팔려 하지 않는다. 김연아의 무대는 제미나이의 기능 설명이 아니라 도전의 서사로 기억된다.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코미디는 금융 상품 안내가 아니라 하나금융의 ‘톤 앤 매너’로 남는다. 브랜드는 배경으로 물러서고, 이야기가 전면에 선다.

결국 2026년의 광고는 상품을 설득하는 메시지가 아니라 문화를 생산하는 콘텐츠가 되고 있다. “광고를 건너뛰지 않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광고를 일부러 찾아보게 만드는 것”이 새로운 기준이다.

이제 질문은 단순하다. 당신의 브랜드는 노출을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가.



이상일 기자 info@dowa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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