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히 갈증을 해소하는 음료를 넘어, 소비자의 '도전 정신'과 '경험' 자체를 지배하는 기업이 있다. 에너지 드링크 시장의 절대강자 레드불(Red Bull)의 이야기다. 이들은 TV 광고 칸을 사는 대신 스스로가 중계방송사가 되고, 모델을 섭외하는 대신 전설적인 기록의 주인공을 직접 육성한다. 마케팅 업계에서는 레드불을 더 이상 음료 제조사가 아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콘텐츠 미디어 그룹'으로 정의하고 있다.
레드불식 콘텐츠 마케팅의 핵심은 '제품의 부재'에 있다. 대다수 기업이 자사 제품의 효능과 성분을 강조하기 위해 사활을 걸 때, 레드불의 영상이나 이벤트에는 캔 음료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우주 성층권에서의 자유낙하, 절벽 다이빙, F1 레이싱 등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극한의 찰나를 기록하는 데 집중한다. 소비자는 레드불이라는 음료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제공하는 '짜릿한 승리의 서사'에 동참하고 있다는 연대감을 구매하게 되는 구조다.
이러한 전략의 정점에는 자체 미디어 기획사인 '레드불 미디어 하우스'가 있다. 레드불은 외부 매체에 광고비를 지출하는 소모성 마케팅에서 탈피해, 직접 고품질의 다큐멘터리와 기사를 생산하며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지난 2012년 전 세계를 열광시킨 '레드불 스트라토스(성층권 낙하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당시 800만 명 이상의 동시 접속자를 기록한 이 이벤트는 단순한 홍보를 넘어 인류의 도전적 기록으로 남았으며, 그 자체로 막대한 유료 콘텐츠 가치를 창출했다.
전문가들은 레드불의 성공 요인을 '광고주가 아닌 창작자의 관점'에서 찾는다. 기존 마케팅이 소비자의 시간을 빼앗아 제품을 노출하는 방식이었다면, 레드불은 소비자가 스스로 찾아보고 싶어 하는 '가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브랜드가 직접 팬덤을 구축하고 강력한 커뮤니티를 형성함으로써, 광고 차단 프로그램이 일상화된 디지털 환경에서 가장 강력한 생존력을 확보한 것이다.
국내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정보 과잉의 시대에 단순 노출형 광고는 더 이상 소비자에게 울림을 주지 못한다"며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을 독창적인 콘텐츠로 치환해 '문화적 자산'으로 만드는 레드불의 모델은, 콘텐츠 커머스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분석했다. 결국 콘텐츠 마케팅의 성패는 '얼마나 많이 보여주느냐'가 아닌 '어떤 경험을 기억하게 하느냐'에 달렸다는 제언이다.
남학현 기자 info@dowaseum.org
[저작권자 ⓒ디지털트렌드코리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단순히 갈증을 해소하는 음료를 넘어, 소비자의 '도전 정신'과 '경험' 자체를 지배하는 기업이 있다. 에너지 드링크 시장의 절대강자 레드불(Red Bull)의 이야기다. 이들은 TV 광고 칸을 사는 대신 스스로가 중계방송사가 되고, 모델을 섭외하는 대신 전설적인 기록의 주인공을 직접 육성한다. 마케팅 업계에서는 레드불을 더 이상 음료 제조사가 아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콘텐츠 미디어 그룹'으로 정의하고 있다.
레드불식 콘텐츠 마케팅의 핵심은 '제품의 부재'에 있다. 대다수 기업이 자사 제품의 효능과 성분을 강조하기 위해 사활을 걸 때, 레드불의 영상이나 이벤트에는 캔 음료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우주 성층권에서의 자유낙하, 절벽 다이빙, F1 레이싱 등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극한의 찰나를 기록하는 데 집중한다. 소비자는 레드불이라는 음료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제공하는 '짜릿한 승리의 서사'에 동참하고 있다는 연대감을 구매하게 되는 구조다.
이러한 전략의 정점에는 자체 미디어 기획사인 '레드불 미디어 하우스'가 있다. 레드불은 외부 매체에 광고비를 지출하는 소모성 마케팅에서 탈피해, 직접 고품질의 다큐멘터리와 기사를 생산하며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지난 2012년 전 세계를 열광시킨 '레드불 스트라토스(성층권 낙하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당시 800만 명 이상의 동시 접속자를 기록한 이 이벤트는 단순한 홍보를 넘어 인류의 도전적 기록으로 남았으며, 그 자체로 막대한 유료 콘텐츠 가치를 창출했다.
전문가들은 레드불의 성공 요인을 '광고주가 아닌 창작자의 관점'에서 찾는다. 기존 마케팅이 소비자의 시간을 빼앗아 제품을 노출하는 방식이었다면, 레드불은 소비자가 스스로 찾아보고 싶어 하는 '가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브랜드가 직접 팬덤을 구축하고 강력한 커뮤니티를 형성함으로써, 광고 차단 프로그램이 일상화된 디지털 환경에서 가장 강력한 생존력을 확보한 것이다.
국내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정보 과잉의 시대에 단순 노출형 광고는 더 이상 소비자에게 울림을 주지 못한다"며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을 독창적인 콘텐츠로 치환해 '문화적 자산'으로 만드는 레드불의 모델은, 콘텐츠 커머스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분석했다. 결국 콘텐츠 마케팅의 성패는 '얼마나 많이 보여주느냐'가 아닌 '어떤 경험을 기억하게 하느냐'에 달렸다는 제언이다.
남학현 기자 info@dowaseum.org
[저작권자 ⓒ디지털트렌드코리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