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광고는 끝났다: 전단지·옥외광고, '경험하는 무대'로 진화하다

남학현 기자
20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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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수동 연무장길을 걷다 보면, 옥외광고(OOH)와 포스터의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뷰티, 패션,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업종의 광고가 미션, 퀴즈, 체험 요소를 포함하는 등 과거의 평면적인 홍보물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실제로 옥외광고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지방재정공제회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옥외광고 시장 규모는 4조 3천억 원으로 2019년 대비 22%나 성장했으며, 규제 완화 이후 그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성장은 디지털 사이니지, LED 스크린 도입과 AR, 빅데이터, 3D 기술의 활용 덕분이다. 이제 옥외광고는 단순히 벽면을 차지하는 홍보물을 넘어, 브랜드와 소비자가 함께 경험을 만들어가는 무대로 진화하고 있다.

'손에 잡히는 경험'으로 진화한 국내외 옥외광고 성공 사례들을 통해 그 비결을 파헤쳐 본다.


카카오페이: '만남'을 유도하며 서비스 경험을 연결하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어버이날, 성수동에 필 오프(Peel-off) 형식의 대형 광고판을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4천 개의 편지 봉투가 붙은 이 광고판은 사람들이 봉투를 하나씩 떼어가도록 설계되었고, 봉투 안에는 편지지와 할인 쿠폰이 들어 있었다. 모든 봉투가 사라지면 **"카카오페이 하지 마세요. 지금 만나러 가세요."**라는 문구가 드러났다.

비대면 송금 서비스 브랜드가 오히려 '직접적인 만남'을 이야기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사례의 핵심은 제품·서비스 경험과의 정교한 연계성이다. 편지지 안의 할인 쿠폰은 카카오페이 오프라인 첫 결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유도했으며, 앱에서는 '효도 지원금' 이벤트를 동시 진행했다. 감성적인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실제 서비스 이용으로 이어지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것이다. 현장의 옛 사진 전시와 포토존은 오프라인 경험을 한층 강화하며, 카카오페이를 '결제 수단'에서 '마음을 건네는 수단'으로 확장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LG유플러스: '경험'으로 AI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다


LG유플러스는 자사 AI **'익시(ixi)'**를 고객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버스 쉘터 옥외광고를 활용했다. 서울 전역 버스 정류장 쉘터 18곳에 QR코드를 설치하고, QR을 통해 고객이 '나만의 폰 배경화면'을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사이버펑크, 레트로 등 7가지 테마를 제공해 개인의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캠페인의 핵심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통해 익시(ixi)를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한 점이다. 사용자가 입력한 문장이 즉시 사용 가능한 배경화면으로 변환되고, 완성된 이미지를 메신저나 SNS로 바로 공유할 수 있어 자연스러운 확산까지 유도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가볍게 해볼 수 있어 참여 허들이 낮은 것도 특징이었다. 론칭 6일 만에 생성된 이미지 수가 3만 5천 건을 넘어섰고, 재도전율이 33%에 달하는 등 높은 몰입도를 보였다. 개인의 선호와 취향에 맞는 '개인화된 체험'을 제공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에스파: '찌라시 스티커'로 팬덤 결속력을 높이다


에스파는 정규 1집 <Armageddon> 발매를 앞두고 앨범의 다중 우주·혼돈 콘셉트를 살린 '찌라시 스티커 굿즈'와 명함을 배포하는 독특한 마케팅을 펼쳤다. 팬들에게 그냥 나눠주는 대신, 공식 SNS에 장소에 관한 힌트만 제공하고 팬들이 직접 추리해서 찾아가도록 설계했다. 굿즈를 둔 장소에는 하나씩 뜯어갈 수 있는 문어발 전단지를 두어 위트를 더했다.

팬들은 힌트를 바탕으로 위치를 추측해 직접 굿즈를 찾아 나섰고, 이 과정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인증샷을 올리며 함께 즐기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단순한 굿즈 수집을 넘어, 팬들이 함께 참여하는 '놀이'이자 팬덤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경험으로 이어진 것이다. 게임 요소를 더한 오프라인 마케팅은 소비자가 '스스로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수록 확산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Billie: 오감을 자극하며 브랜드 철학을 구체화하다


미국 바디케어 브랜드 Billie는 데오도란트 'Coco Vila' 홍보를 위해 직접 만지고 냄새도 맡을 수 있는 '스크래치 앤 스니프(Scratch and Sniff)' 옥외광고를 맨해튼 거리에 설치했다. 겨드랑이 이미지를 담은 빌보드를 설치하고, 겨드랑이 부분을 긁으면 향기가 나도록 했다.

이 광고가 특별한 것은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브랜드 철학을 감각적인 경험을 통해 어필했다는 점이다. Billie는 **'체모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는데, '시각(겨드랑이 이미지) + 촉각(긁는 행위) + 후각(향 체험)'을 동시에 자극하는 옥외광고를 통해 브랜드의 철학을 유쾌하면서도 강렬하게 어필했다. 이러한 독특한 콘셉트 덕분에 현장 영상은 순식간에 387.3만 뷰를 기록했고, '기발한 광고'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광고의 미래: '보는 것'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오늘 살펴본 국내외 사례들처럼, 결국 중요한 것은 광고를 **'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의 일상 속 한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참여가 일어나고, 그 참여가 브랜드 경험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기억에 남는 오프라인 광고가 완성된다.

옥외광고든 전단지든,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재미있게 머무르게 만들며, 그 안에서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직접 느끼게 하는 것이다. 신박한 아이디어와 다양한 기술로 진화하는 옥외광고 시장에서 브랜드를 돋보이게 만들고 싶다면, 고객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체험형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남학현 기자 info@dowa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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